숲속여행자의 개인적 단상

내가 클로드에게 독일 설화 번역을 의뢰한 사연

숲속여행자 2024. 12. 16. 17:10

 

Leonardo AI가 생성한 이미지

 

우리나라에 소개된 독일 민담은 아쉽게도 그림 형제 메르헨이 전부가 아닐지 싶다. 그림 형제가 1857년에 출간한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 최종 판본을 국내에서 김경연, 김열규, 전영애가 완역해서 소개하였다. 하지만, 우리는 그림 형제 메르헨 이외의 독일 설화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황금가지에서 출간한 ⟪세계 민담 전집⟫ 총서에도 독일 민담집은 들어 있지 않다. 영어로 소개된 독일 구전 설화집과 그림 형제 메르헨을 비교해 보면, 같은 유형의 이야기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세계관, 여성관, 가치관이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그림 형제가 초기 판본에 수록한 이야기들도, 빌헬름 그림의 오랜 수정 작업으로 인해, 최종 판본에서 적지 않게 변형되어서, 그 본디 모습을 알기가 어렵다. 

올해 독일 스토리텔러들이 이야기를 구연하는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아쉽게도 독일 스토리텔러가 들려준 이야기들은 거의 모두 그림 형제 메르헨에 바탕을 둔 이야기들이었다. 20세기 초에 독일인의 문맹률이 제로에 가까웠다고 하니, 독일 스토리텔러가 주로 접할 수 있었던 이야기가 입말이 아니라 글로 전승된 이야기였을 듯싶다. 

어쨌든, 나는 그림 형제의 종교관, 교육관, 여성관의 영향을 받지 않은 독일 설화를 알고 싶다는 욕구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독일어도 알지 못하면서, 구전 전통에 충실한 듯 보이는 독일 설화집을 여러 권 독일 아마존 중고책방에서 구입하였다. 독일 설화집에 수록된 이야기들에는 방언이 많이 섞여 있어서 표준 독일어를 배운 사림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듯싶었다. 

다행스럽게도, 클로드 AI가 독일어 방언을 알고 있어서 독일 설화를 몇 편 스캔해서 번역을 의뢰해 보았다. 클로드의 번역을 통해 독일 설화의 서사를 대략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디테일을 제대로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제주도 방언을 모르는 내가 제주도 설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듯이, 표준어를 쓰는 독일인도 독일 구전설화를 클로드 이상으로 잘 알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클로드의 번역을 있는 그대로 신뢰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그림 형제 메르헨의 울타리를 벗어나게 해준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고맙기만 하다.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어서, 19세기와 20세기 초에 독일 학자와 작가가 수집한 설화를 다양하게 읽는 혜택을 누린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내가 알지 못하는 언어로 전승된 외국 설화들은 클로드의 도움을 받아서 번역한 후에 내 블로그에 수록할 생각이다. 클로드의 한국어 실력이 다른 AI에 비해 출중한 편이어서, 사람이 번역한 것처럼 아주 매끄럽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읽을 만하다. 내가 클로드 번역문을 손질해서 올릴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서 다른 작업을 할 시간이 없을 것 같다. 클로드 번역을, 아쉬운 대로, 있는 그대로 블로그에 수록하기로 한다.

앞으로 올릴 클로드 AI 번역문은 원문의 출처를 명시할 생각이니, 혹시 내 블로그를 독문학자나 독일어 학자가 방문해서 클로드 번역문의 오류를 발견하면 댓글로 알려주시길 바란다.